본문 바로가기
경제 News

일본 반도체 반격 (ZAM 기술, 미일 동맹, HBM 위기)

by 뭉치뉴스 2026. 5. 6.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뉴스에 안도하고 있을 때, 물 밑에서는 꽤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는데, 미국과 일본이 손잡고 새로운 메모리 표준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등골이 좀 서늘해졌습니다.

 

 

HBM 독점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요즘 반도체 뉴스를 챙겨보시는 분들이라면, HBM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부품입니다. 현재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합산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문제는 이 구조가 영원히 지속될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대표 낸드플래시 기업 키오시아의 주가가 1년 만에 1,800% 넘게 뛰었다는 소식, 혹시 보셨습니까? 단순히 실적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시장이 키오시아에 기대하는 것은, 기존 메모리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기술 전환의 핵심 플레이어 역할입니다.

그 기술이 바로 ZAM(Z-Angle Memory)입니다. ZAM이란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만 쌓는 기존 방식과 달리, Z자 형태로 축을 틀어 층을 구성하는 차세대 메모리 구조를 의미합니다. 제가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히 단수를 더 쌓겠다는 게 아니라, 쌓는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발상이었으니까요.

기존 HBM의 가장 큰 약점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발열입니다. 칩을 수직으로만 쌓다 보면 열이 내부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이 구조적 한계 때문에 적층 단수를 무한정 늘리기가 어려웠습니다. ZAM은 이 문제를 Z자 구조로 해결하는데, 공기가 층 사이를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발열을 기존 대비 약 5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발열이 줄면 자연스럽게 적층 단수를 늘려 용량도 키울 수 있습니다.

기업 경쟁이 아닌 국가 전략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걸 단순히 일본 기업의 기술 도전으로만 보고 계신 건 아니겠죠?

저는 이 움직임에서 기업 경쟁이 아닌 국가 전략을 읽었습니다. 일본 국책 기관인 NEDO(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가 ZAM 기술 개발에 정부 보조금을 투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NEDO란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기관으로, 국가 차원의 산업 기술 육성을 전담하는 곳입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인텔이 1.8나노 공정으로 기술을 지원하고, 소프트뱅크 100% 자회사인 사이메모리가 칩렛 설계를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ZAM 기술을 중심으로 한 미일 반도체 동맹의 역할 분담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인텔(미국): 1.8나노 공정 기술 지원
  • 사이메모리(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 칩렛 설계 담당
  • 키오시아(일본): 메모리 칩 적층 생산
  • NEDO(일본 국책 기관): 자금 지원 및 글로벌 표준화 추진

여기서 칩렛(Chiplet)이란 하나의 거대한 칩 대신 여러 개의 작은 기능 단위 칩을 조합해 완성품을 만드는 설계 방식으로, 수율을 높이고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 유리합니다. 이 방식이 ZAM 구조와 결합하면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구도를 보고 "ZAM 관련 국내 소부장 주식을 사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좀 섣부릅니다. 물론 인텔 검사 장비를 담당하는 인텍플러스처럼 직접 수혜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만약 ZAM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는다면, 한국은 그 생태계 안에 들어가 있을 수 있을까요?

일본 국책 기관은 이미 "ZAM을 차세대 글로벌 메모리 표준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말은 HBM이 표준인 지금의 구도를 뒤집겠다는 뜻입니다. 후공정(패키징, 기판 등 반도체 완성 단계 공정)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의 약점을 정면으로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후공정이란 웨이퍼에서 칩을 분리하고, 연결하고, 검사해 완제품으로 만드는 일련의 공정을 말합니다. 이 부분에서 TSMC를 필두로 한 대만 생태계가 압도적으로 강하고, 한국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건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지적되어 온 사실입니다(출처: 산업연구원).

ZAM이 표준이 된다면, 한국은 어디에 서 있을까

이쯤에서 솔직한 질문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기술이 좋아서 1등인 걸까요, 아니면 기술이 좋은 데다 표준까지 우리 편이어서 1등인 걸까요?

제가 이 영상을 보면서 가장 무겁게 다가온 지점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일본 반도체가 과거의 강자였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1980년대 일본은 D램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80%를 넘기도 했습니다. 그 자리를 한국이 빼앗아 온 것도, 돌이켜보면 단순한 기술 우위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산업 정책, 투자 집중, 그리고 타이밍이 맞물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상황은 반대 방향에서 비슷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ZAM 기술 자체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 여지가 있습니다. ZAM이 장점을 가진 건 사실이지만, 실제 양산 공정에서의 수율 확보나 기존 HBM 대비 경제성 측면에서 구체적인 검증은 아직 진행 중인 단계입니다. 위기 프레임으로만 모든 걸 해석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미국과 일본이 표준화 기구까지 동원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려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HBM의 성공에 취해 R&D와 후공정 생태계 강화를 늦춘다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 실적 하나가 아니라, 어떤 생태계가 글로벌 표준이 되느냐가 10년 후 반도체 지형을 결정합니다. 이 흐름을 투자 기회로만 보지 말고, 한국 산업 전체의 체질 문제로 한 번쯤 진지하게 들여다볼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뉴스 한 토막이 이렇게까지 무겁게 느껴진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 금융 기관의 조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3rTWx-MD2w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