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시작 직후 코스피가 4% 넘게 밀리는 걸 보면서 솔직히 손이 떨렸습니다. 사이드카 발동되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졌지만, 종가는 2.97% 하락으로 마감했습니다. 거래소는 5,277로 161.57포인트 빠졌고, 코스닥은 3.02% 하락한 117을 기록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런 날은 매도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군요. 변동성(Volatility)이 극심한 장세에서는 단기 심리보다 중장기 관점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여기서 변동성이란 주가가 얼마나 급격하게 오르내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반영합니다.

외국인 매도 60조, 과연 위기 신호인가
KB증권 이은택 위원이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이 60조 원을 매도했지만 이는 비중 조정일 뿐 구조적 위기는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외국인 지분이 역대 최대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차원에서 일부 비중을 줄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과거 2005~2007년 강세장과 2020~2021년 상승장에서도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매도했지만 지수는 상승했다는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외국인 매도 이후 2008년 리먼 사태, 2022년 금리 인상 폭락장이 뒤따랐습니다. 이번 매도 각도가 2008년 리먼 사태 직전과 비슷하다는 점도 신경 쓰입니다. 특히 미국 사무용 부동산 대출 부실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를 단순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만 받아들이기엔 불안 요소가 많습니다.
ROE(자기자본이익률)가 15%를 넘는 우량주들도 동반 하락하는 걸 보면, 이건 단순한 비중 조정이 아니라 리스크 회피 성격이 강하다고 봅니다. ROE는 기업이 주주의 돈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코스피 평균 ROE는 약 8.2% 수준입니다(출처: 한국은행).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실체
WTI 유가 차트를 보면 아직 하락 신호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미군 1만 명이 추가 배치되어 총 5만 명 규모가 되었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을 시사했고,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까지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제가 직접 정유주들을 모니터링해봤는데, 나프타 공급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민간 기업이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에 성공했다는 속보가 나왔습니다. 한국은 중동산 나프타를 77% 의존하고 있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석유화학 업종 전체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대통령도 제주도에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로 잠이 안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강조했습니다.
배클레이스에서는 유가가 2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DCI-P3 색역처럼 산업 표준으로 쓰이는 WTI 유가가 이렇게 불안정하면,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WTI란 서부텍사스산 원유를 뜻하며, 국제 유가의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됩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2024년 3월 29일 기준 WTI는 배럴당 83.2달러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석유공사).
이사회가 바뀌어야 회사가 바뀐다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이 노조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결의로 통과되었습니다. 온라인 회의로 장소를 바꿔가며 안건을 처리했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확인했습니다.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사회 소집 7일 전 통지 원칙이 생략되었고, 주총 이틀 전 선임된 독립이사 2명이 참여한 의사결정이었습니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이를 이사 충실의무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철수 의원도 "경영 실패를 주주에게 전가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사회 구성이 대주주 위주로 되어 있으면 소액주주는 항상 뒷전입니다.
투표권 행사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자투표 시스템을 통해 이사 선임안에 직접 참여
- 독립이사 후보의 과거 의사결정 이력 확인
- 주주제안권을 활용한 집중투표제 도입 요구
이사회가 주주를 보고 눈치를 보게 만드는 것, 이게 진짜 주주자본주의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코스피 상장사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12.3%에 불과합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제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해본 결과,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전자투표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공시 하나에도 숨은 의도를 읽어야
삼천당제약이 먹는 비만약 미국 라이센스 계약 공시를 냈습니다. 계약 금액은 마일스톤 기준 1억 달러, 계약 상대방은 비공개입니다. 위고비(Wegovy) 제네릭이라는 점에서 시장 기대가 컸지만, 공시 내용을 뜯어보니 의문점이 많았습니다.
계약 상대방을 비공개한 이유가 뭘까요? 대형 제약사라면 당당히 공개했을 텐데, 파트너사가 예상 매출의 50%를 2년 연속 달성 못 하면 해지 가능하다는 조항도 이상합니다. 이익 배분도 삼천당제약 90%, 파트너사 10%로 되어 있어서, 삼천당제약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조입니다. 대형사와의 계약이라면 이렇게 일방적인 조건이 나올 수 없습니다.
제네릭(Generic)이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든 복제약을 의미합니다. 시가총액 30조 가까운 회사가 마일스톤 1억 달러 계약 하나로 이렇게 주목받는 것도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과도해 보입니다. 공시는 팩트만 담고 있지만, 그 이면의 맥락을 읽는 건 투자자의 몫입니다.
2월에는 "사야 해요, 말아요?"였다가 지금은 "팔아요, 말아요?"로 바뀌었습니다. 심리가 뜨거울 때는 부정적으로, 심리가 나쁠 때는 긍정적으로 보려는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지금 상황이 2월보다 더 위험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2월에는 리스크가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습니다. 달러와 유가는 여전히 높지만, 그만큼 주가도 이미 빠졌습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냉정하게 밸류에이션과 펀더멘털을 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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