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을 하면서 제가 늘 느끼는 게 있습니다. 정책이 발표되는 순간 현장은 이미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이번 비거주 1주택자 과세 논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뉴스를 접하자마자 상담 문의가 쏟아졌는데, 사람들이 묻는 건 세금이 얼마냐가 아니라 "이거 제 경우엔 어디에 해당되나요?"였습니다. 그 질문 하나가 이 정책의 본질적인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거주 1주택자 과세, 왜 처음부터 삐걱거렸나
솔직히 이번 정책 발표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정부는 "1주택자도 1주택자 나름이다"라는 논리로 비거주 1주택자를 투기 세력과 같은 선상에 놓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비거주 1주택자란 집을 한 채 가지고 있지만 그 집에 직접 살지 않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즉, 본인 명의의 집에 세입자를 두고 자신은 다른 곳에 사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이 집단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아무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서울에만 80만 명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추정입니다. 자가 점유율과 주택 보유 통계를 교차해 대략 추산하는 방식인데, 정작 비거주 이유가 뭔지는 기록에 남지 않습니다. 이직, 간병, 이혼 소송, 스토킹 피해, 자녀 교육 등 사유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제가 직접 현장에서 경험해보니, 집을 비워두는 이유가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모님 요양을 위해 요양원 근처에 세를 얻어 사는 분, 직장 발령으로 어쩔 수 없이 타 도시에 방을 빌린 분, 이런 분들이 일률적으로 "비거주 1주택자"라는 같은 범주에 묶입니다. 그러니 정부가 "부득이한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겠다"고 해봤자, 행정기관이 어떤 기준으로 부득이함을 판정하느냐는 새로운 갈등만 양산할 가능성이 큽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주택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국세입니다. 이번 논의는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두 가지 세목에서 거주 여부로 과세를 달리하겠다는 내용인데, 공무원들조차 처음 논의 단계에서 "이것을 실제로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 비거주 1주택자 서울 추정 규모: 약 80만 명 (정확한 행정 통계 부재)
- 비거주 사유 예시: 직장 발령, 부모 간병, 자녀 교육, 이혼 소송, 스토킹 피해 등
- 관련 세목: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양도소득세
- 핵심 문제: 부득이한 사유의 행정적 판단 기준 자체가 성립 불가능
전월세 시장이 먼저 무너지는 이유
제가 이 정책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세금 문제가 아닙니다. 전월세 시장이 직격탄을 맞는다는 점입니다. 논리는 단순합니다. 비거주 1주택자를 세금으로 압박하면 집주인들이 공실을 없애려 본인이 직접 입주하거나, 아니면 매물을 거두고 증여나 매각으로 방향을 틉니다. 어느 쪽이든 전월세 공급 물량은 줄어듭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건 이겁니다. 임차인은 규제가 생길 때 제일 먼저 피해를 봅니다. 매수자는 "좀 더 지켜보자"며 기다릴 수 있지만, 당장 다음 달 이사를 앞둔 세입자는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실제로 규제 발표 이후 전세 물건이 줄고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반복적으로 목격했습니다.
임대차 시장 구조를 생각해보면, 자기 집을 가진 사람과 세를 살며 점유하는 사람의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전세·월세 공급이 원활합니다. 그런데 비거주 1주택자를 압박해 모두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면, 임대 공급이 일시에 줄어드는 충격이 발생합니다. 이 충격은 상급지에서 시작해 중저가 지역까지 연쇄적으로 내려옵니다.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처럼 가격이 저렴한 물건을 찾는 계층이 결국 서울 밖으로 밀려나게 되는 구조입니다.
임대차보호법(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를 규정한 법)의 전례를 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선의의 제도가 오히려 전세 물건 잠김 현상을 일으켜 신규 임차 수요자의 부담을 키웠습니다(출처: 통계청 주거실태조사).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예상한 방향이 아니라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반복되는 패턴입니다.
공급 규제 완화 없이는 출구가 없다
부동산 정책의 역사를 돌아보면 한 가지 사실이 반복해서 확인됩니다. 수요 억제만으로 집값을 잡은 사례는 없다는 점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28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이 그 증거입니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잠깐 숨을 고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매물 잠금과 가격 상승으로 귀결됐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주택 정책 자료). 그 정부도 이미 실패를 경험했는데, 같은 방식을 다시 꺼내든다면 결과가 달라질 이유가 없습니다.
공급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입니다. 용적률이란 건물 연면적을 대지 면적으로 나눈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같은 땅에 더 많은 세대를 지을 수 있습니다. 현재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은 용적률 제한, 임대주택 의무 비율,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여러 규제가 중첩돼 있어 사업성 자체가 떨어집니다. 이 규제들이 완화되지 않으면 민간이 자발적으로 공급에 나설 유인이 없습니다.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권한을 기초 단체장에게 위임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데, 제 경험상 이 방식은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큽니다. 도시 계획은 한 구(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로, 교통, 기반 시설은 인접 구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광역적 시각으로 조율해야 합니다. 구청장이 결정권을 가지게 되면 인접 지역과의 협의 없이 각자도생 방식으로 결정이 나고, 도시 전체 계획이 엉클어질 수 있습니다. 거기다 정치적 이유로 재개발을 지연시키려는 구청이 생기면 이를 막을 수단도 마땅치 않습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수요를 틀어막는 세금이 아니라, 시장이 작동할 수 있도록 공급 경로를 여는 작업입니다. 용산공원 부지 활용 같은 특수한 방안이 논의되기 전에, 이미 있는 재개발·재건축 제도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비거주 1주택자는 실제로 몇 명이나 되나요?
A. 서울 기준으로 약 80만 명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이는 주택 보유 통계와 자가 점유율을 교차해 추산한 수치입니다. 비거주 사유까지 포함된 정확한 행정 통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이번 정책의 실행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이유입니다.
Q. 비거주 1주택자 과세가 전세 가격을 올릴 수 있나요?
A.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를 세금으로 압박하면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거나 매물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두 경우 모두 임대 공급이 줄어들고, 전세·월세 가격은 오르게 됩니다.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된 바 있습니다.
Q. 재개발·재건축 권한을 구청장에게 주면 공급이 늘어나지 않나요?
A. 오히려 반대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재개발·재건축은 도로·교통 등 인접 구에 영향을 미치는 광역적 사안이라, 구 단위로 결정하면 도시 전체 계획이 어긋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치적 이유로 사업을 뭉개는 구청이 생겨도 이를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Q. 종부세와 양도세에서 거주 여부로 세금을 다르게 적용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A. 행정적으로 거주 여부를 입증하고 사유를 판단하는 기준을 만드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혼 소송 중 별거, 스토킹 피해로 인한 이사, 손자녀 돌봄 등 모든 경우에 대해 행정기관이 일일이 부득이함을 판정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다른 민원과 소송의 온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제가 현장에서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 가족 상황, 자산 규모에 따라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합니다. 비거주 1주택자를 일괄적으로 규제하면 그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고, 그 여파는 언제나 가장 약한 고리인 전월세 임차인에게 쏠립니다.
좋은 정책 목적이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과거 28차례의 실패가 이미 그것을 증명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과 싸우는 정책이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어 공급 자체를 늘리는 방향입니다. 법과 제도가 정치적 편의에 따라 수시로 바뀌면 시장의 불확실성도 함께 커집니다. 정책을 만들기 전에 현장을 먼저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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