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정확하게는 금리가 오르면 집값보다 먼저 사람이 무너집니다. 5억 원을 빌렸을 때 금리 9%가 적용되면 원금은 그대로인데 이자만 매달 375만 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갑니다. 제가 이 숫자를 처음 계산해봤을 때 솔직히 손이 멈췄습니다. 서울 평균 가구 월 소득 수준에서 이자만으로 소득 전부를 써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요.

대출금리가 9%가 되면 실제로 무슨 일이 생기나
기준금리가 3.5%로 오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8~9%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담대란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받는 장기 대출을 말하는데,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분만큼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시중은행은 기준금리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얹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체감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훨씬 가파르게 뛰어오릅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봤더니 수치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대출 원금 5억 원에 금리 9%를 적용하면 연간 이자만 4,500만 원, 매달 375만 원입니다. 7억 원이라면 매달 순수 이자가 525만 원입니다. 이게 원금 상환 전의 이자만 이야기입니다.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서울 평균 가구 월 소득은 500만~600만 원 수준인데(출처: 통계청), 이 숫자와 대조해보면 감당 가능한 범위를 이미 넘어서 있습니다.
스트레스 DSR이라는 개념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DSR(Debt Service Ratio)이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로, 연 소득 대비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소득의 몇 퍼센트까지 빚 갚는 데 쓸 수 있는지를 규제하는 장치입니다. 현재 스트레스 DSR 2·3단계가 순차 적용되면서 신규 대출 자체가 막히고 있는 상황이고, 이미 대출을 받아놓은 차주들은 재대출이나 갈아타기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제 경험상 이런 국면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2~3년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진입한 30대 실수요자입니다. 당시 금리가 낮았기 때문에 한계까지 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그 대출이 연체로 이어지고 결국 경매로 물건이 넘어가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 기준금리 3.5% 도달 시 주담대 상단 금리 8~9% 예상
- 5억 원 대출 기준 월 이자 375만 원, 서울 평균 가구 소득 육박
- 스트레스 DSR 2·3단계 적용으로 신규 대출 및 갈아타기 제한
- 연체율 상승 → 경매 물건 증가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
과거 사례로 보는 경매 증가와 집값 조정의 실체
2022년 8월, 기준금리가 2.5% 수준이었을 때 경매 물건이 갑자기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하반기부터 강남·서초·송파 일대 아파트들의 30% 이상 하락 거래가 실제로 기록됐습니다. 송파구 잠실 엘스 전용 84㎡는 2021년 10월 27억 원에서 1년 뒤 19억 원대로, 강남구 은마 아파트는 같은 기간 28억 2천만 원에서 19억 2천만 원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숫자만 보면 명확하게 30% 이상의 낙폭입니다.
그런데 이 하락이 본격적인 시장 붕괴로 이어지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정부가 부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만기 연장으로 살려주고, 50조 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이라는 정책 금융 대출을 시장에 투입했기 때문입니다. PF 대출이란 건물이나 부동산 개발 사업 자체의 미래 수익성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이것이 무너지면 건설사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정부가 막대한 공적 자금으로 시장의 하방을 받쳐준 겁니다.
지금은 그때와 정책 기조가 다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수요가 묶여 있고,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대규모 정책 자금 투입 여력도 현실적으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제가 이 부분이 이전 사이클과 가장 다른 지점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미국 사례도 참고할 만합니다.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30년 고정 주담대 금리가 3%대에서 7~8%로 뛰자, 기존 저금리 대출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머물렀습니다. 집을 내놓으면 자신도 높은 금리로 다시 빌려야 하니까요. 매물도 줄었지만 매수 수요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무너졌고, 결국 기존 주택 거래량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폭락했습니다(출처: 미 연방준비제도(Fed)). 거래량 붕괴 자체가 시장의 신호였던 겁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이 모든 시나리오는 3.5% 금리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6개월 만에 인하 사이클로 전환되면 충격이 제한될 수 있고, 1년 반 이상 고금리가 지속된다면 본격적인 가격 조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리의 수준보다 지속 기간이 더 중요한 변수입니다. 따라서 집값이 폭락할 것이다, 안정될 것이다 둘 중 하나로 단정 짓기보다는 금리 경로 자체를 계속 추적하는 것이 더 유효한 판단 방법이라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준금리 3.5%가 되면 주담대 금리가 정말 9%까지 오르나요?
A.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주담대 금리는 고정형인지 변동형인지, 개인 신용도, 상품 유형, 은행의 가산금리 정책에 따라 다르게 적용됩니다. 다만 기준금리에 리스크 프리미엄과 스트레스 DSR 가산금리까지 더해지면 체감 금리 상단이 8~9% 구간에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시장의 중론입니다.
Q. 공급 부족이 심한데도 집값이 떨어질 수 있나요?
A. 공급 부족은 집값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이 맞습니다. 그러나 미국 사례에서 보듯 매물이 줄어도 매수 수요가 더 빠르게 무너지면 거래량 자체가 붕괴되고, 이것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급 부족과 금리 부담이 동시에 작용할 경우 지역별 편차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스트레스 DSR이 뭔가요? 기존 대출자에게도 적용되나요?
A. 스트레스 DSR이란 미래 금리 상승 시나리오를 반영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더 높게 산정하는 규제입니다. 즉 지금 금리가 낮더라도 금리가 오를 경우를 미리 반영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식입니다. 기존 대출자보다는 신규 대출 또는 대출 갱신 시점에 주로 적용되며, 이미 대출을 받은 분들은 만기 연장이나 갈아타기 시점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경매로 넘어온 아파트를 지금 사는 게 맞을까요?
A. 경매 낙찰가율(경매 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 가격 비율)이 하락하는 구간, 즉 유찰이 반복되며 시장 참여자들이 위축된 시점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다만 경매 물건은 권리 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고, 고금리 구간에서는 대출 조달 자체도 제한적이므로 충분한 현금 여력이 먼저 확보된 상태에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제가 이번에 수치를 다시 정리하면서 느낀 건, 금리 인상의 위험은 집값이 떨어진다는 숫자 자체보다 대출을 끼고 사는 사람의 현금 흐름이 먼저 끊긴다는 점에 있다는 겁니다. 기준금리 3.5%가 진짜 위험한 이유는 그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수준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고금리가 1년 이상 이어진다면 연체와 경매는 지금보다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집을 사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제 판단은 현금 보유를 우선하는 것입니다. 급락 거래가 나올 때 상환 능력 안에서 진입하는 게 결국 가장 안전한 경로였다는 걸, 2022년 사이클을 지켜보며 다시 확인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기대감이 아닌 금리 경로와 자신의 상환 여력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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